너에겐 불행할 자격이 없다

취업이 안 된다. 며칠 밤을 세워 쓴 자소서엔 내가 봐도 알멩이가 없고, 텅텅 빈 경력은 황량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날 뽑을 이유가 없지만, 그럼에도 지원하고 당연하게 떨어진다.
하지만 나는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100번의 가벼운 도전은 한 번의 성공으로도 만족하지만, 10번의 무거운 도전은 11번 째의 도전을 망설이게 만든다. 난 가벼운 도전을 할래야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전력을 쏟았던 10번의 실패는 차곡차곡 마음에 쌓이고, 그것은 다음번 전력에 해를 끼친다. 그리고 끝내, 나는 불행해진다.
그러나 그때마다 머릿속의 누군가가 외친다. 너는 불행할 자격이 없어. 부모는 물론 조부모도 건강하시고, 누구 하나 네게 손벌리지 않고, 전신도 정신도 특별히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잖아.
그래. 내겐 불행할 자격이 없다. 그런 건 분에 넘치는 일이다. 좌절하기엔 도전한 게 없고, 낙담하기엔 잃은 게 없고, 불안해하기엔 쌓은 게 없다.
그러니 넌 불행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