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팅 연습

페브리즈 쿨 아쿠아향. 남자들'만'의 냄새?

뻔겁(뻔한 겁쟁이) 2022. 3. 24.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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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제품을 골라보았습니다.

군대에서 훈련하던 시절,

세탁기는 있었지만 군복을 빠는 일은 없었습니다.

교복보다도 자주 입던 옷이니

당연히 땀에 흠뻑 젖는 일도 잦았습니다.

그 때 유용하게 썼던 제품입니다.

 

페브리즈 쿨 아쿠아향 향균 370ml

 

이름에서 키워드를 뽑는다면

페브리즈, 쿨 아쿠아향, 향균이겠죠.

이 키워드들을 바탕으로 문장을 만드는 것이

제품을 홍보하는 데 좋을 것입니다.

 

다만, 카피라이팅을 연습하기 전에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집어넣은 문구입니다.

 

페브리즈 역대최강 탈취파워!
남자들만의 냄새(땀, 담배, 고기, 방, 신발)에도 효과적!

 

물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페브리즈는

집 안의 냄새를 대상으로 만든 제품이었습니다.

베게에 밴 곰팡이 냄새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러나 이 제품을 달랐죠.

좀 더 진한 악취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그것을 설명하기엔 적절한 직관적인 문구입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엔 적합하지 않은 문구이기도 합니다.

 

'남자들만의 냄새'의 예시로 든 땀, 담배, 고기, 신발 냄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세상에 땀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건 남자냐 여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죠.

담배에 나이 제한은 있지만 성별 제한은 없고

고기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좋아합니다. 비건이 아니라면 말이죠.

 

지금까지의 페브리즈 광고를 보면

비슷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등장하는 배우는 매번 달라지지만 패턴은 같습니다.

퇴근한 아빠와 자식들이 남겨놓은 냄새를 없애고 동시에 향균까지 하는

엄마.

 

말이 길어졌습니다.

다시 홍보 문구에 집중하겠습니다.

 

페브리즈의 효과를 짚어봅시다.

땀, 담배, 고기, 방, 신발 냄새.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남자들만의 냄새가 아니라

강하고 진한 악취라는 것입니다.

 

페브리즈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가 악취를 없애는 것이니

언뜻 보면 지금까지의 제품과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지금까지와 다른 제품임을 강조하고 있죠.

파스텔톤을 사용하던 평소와는 달리

검은색과 진한 파랑색을 사용할 정도로 말입니다.

 

다시 한 번 회사에서 적은 홍보 문구에 적힌 단어의

공통점을 살펴보겠습니다.

'강하고 진한 악취'

지금까지의 제품은 없애지 못한 악취를

이 제품은 없앨 수 있다는 의미인 듯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금까진 간단했습니다.

시트러스나 샤프란과 같은 좋은 향기로

원래의 악취를 덮는 것입니다.

다만 같은 원리임을 강조하는 것은

악취엔 적합하지 않아 보입니다.

워낙 강렬한 냄새들이니

'저런 냄새를 덮을 정도로 냄새가 진하다.'란 이미지는

역효과를 낼 수 있어 보입니다.

 

그러니 다르게 접근해보겠습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RPG로 생각해보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악취는 초보자 마을의 슬라임입니다.

초보자를 대상으로 만든 몬스터니

데미지는 약하지만 부담이 없는 무기만으로도 충분히 무찌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품이 쓰러트려야 할 몬스터는 마을을 지키는 보스입니다.

물론 슬라임처럼 한 번에 무찌를 수 있는 무기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초보자는 사용할 수 없거나 인벤토리를 많이 차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가격이 비쌀 것이고요. 결국 어느 것이든

초보자가 지금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는 무기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초보자가 이 보스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조금씩 여러 번 때리기.
2. 레벨을 올려서 오기.

 

1은 페브리즈의 모토이기도 합니다.

처음엔 사라졌을 줄 알았던 냄새가 얼마 지나지 않아 되살아나니

매일 조금씩 뿌려주어야만 완전히 사라진다.

다만 그렇기에 이 제품만의 특징으로 살리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두 번째 방법에 집중해보겠습니다.

 

레벨을 올린다는 것은 결국 효과가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더 강한 적, 즉 심한 악취를 쓰러트리기 위해

높아진 효과와 함께 돌아왔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레벨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레벨과 비슷한 다른 표현을 찾아야합니다.

레벨처럼 한 계단씩 오르면서도 남녀노소 구분할 것 없이 모두에게 친숙한 것이 좋습니다.

나이는 어떨까요?

 

어린 시절의 나 = 약한 악취를 쓰러트렸으나 강한 악취엔 속수무책.

지금의 나 = 강한 악취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

 

그래서 나온 문구입니다.

 

어린 시절엔 크게만 보이던 고민이
자라고 나면 별 것 아닌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초안입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문장이지만

적어도 방향이 정해졌다는 데에 긍정적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문장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제품에서 들었던 예시를 더해보겠습니다.

땀, 담배, 고기, 방, 신발

어린시절과 지금, 각각의 시간과 단어들을 결합하여

간단한 문장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어린시절

땀 - 체육 시간에 흥건해진 체육복

담배 - 담배와 어린시절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고기 - 아이가 고기를 굽는 경우는 잘 없으니

음식을 써야한다면 도시락의 김치나 혹은 아침에 먹은 마늘 냄새 정도가 자연스럽습니다.

방 - 사춘기 시절 은근히 신경쓰이던 누나의 한마디. 방에서 아저씨 냄새 나.

신발 - 실내화를 벗기 두렵다.

 

지금 혹은 어른

땀 - 송골송골 맺히는 땀을 보며 캐리어님 태어나신 방향으로 절을 올린다.

담배 - 고민의 시간만큼 짙어진 담배냄새.

고기 - 환풍이 되지 않는 고기집은 냄새도 함께 구입해 나온다.

방 - 내 방에선 아저씨가 아니라 홀애비 냄새가 난다.

신발 - 신발을 벗기 두렵다.

 

개인적으론 이 적절해 보입니다.

담배는 어린 시절을 묘사하기 힘들고

김치나 마늘 냄새는 몸에서 나는 악취보단 입냄새에 더 어울립니다.

신발은 단조롭습니다.

둘 다 적절해보이지만 처음의 취지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남자들'만'의 냄새라고 했던 페브리즈의 홍보문구

아저씨 냄새나 홀애비 냄새는 그 시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해보입니다.

그래서 땀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이젠 땀과 어린시절, 그리고 지금을 결합하여

적절한 문장을 만들어봅니다.

 

어렸을 적 부끄러워하던 땀 냄새.

그러나 초창기의 페브리즈론 땀냄새가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자란 만큼 페브리즈도 자랐다.

98년생인 내가 25살인 된 오늘.

이젠 땀이 흘러도 겁이 나지 않는다.

 

대략적인 틀이 나왔습니다.

이대로 쓰기엔 지나치게 상투적이지만

분위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 줄씩 수정해보겠습니다.

 

1.어렸을 적 부끄러워하던 땀 냄새.

내가 땀 냄새를 '부끄러워했다'라는 사실을

좀 더 서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와닿을 것입니다.

첫 문장이니 좀 더 인상깊기도 해야합니다.

 

부끄러우면 보통 어떻게 행동했는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전 비겁한 사람이었나 봅니다. 숨기다는 동사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면 학교에 다니던 시절

땀냄새를 상징할만한 물건은 뭐가 있는지 떠올려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체육복입니다.

 

그렇다면 '체육복'을 '숨기는'행동이 됩니다.

다만 뜬금없이 체육복을 감추는 것은 이상하니

그래야만 하는 특별한 상황이 필요합니다.

제 경우엔 학교에 다닐 때 옆자리에 이성이 앉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평소엔 신경쓰지 않다가도 체육 시간이 지나고나면

괜스레 내게서 나는 냄새에 신경을 쓰곤 했습니다.

그 경험을 살려보겠습니다.

땀이 많이 나야하니 계절을 뜻하는 문장도 더했습니다.

다만 그렇게 적고 보니 여기선 '숨기다'보다 '감추다'가 더 적절해보입니다.

감추다라는 단어엔 '어떤 사실이나 감정 따위를 남이 모르게 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사춘기는 단순히 체육복을 숨기는 게 아니라

여러 감정들도 함께 감추는 시기니까요.

 

폭폭 찌는 여름날엔 짝꿍이 앉기 전에 체육복을 감춰야 했다.

 

2.

초창기의 페브리즈론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났고, 내가 자란만큼 페브리즈도 자랐다.

98년생인 내가 25살이 된 오늘.

 

세 줄의 문장을 다시보니 텀턱스럽습니다.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시간이 지났다.'

5번의 월드컵이 끝나고, 98이 25가 되었다.

20년이 흘렀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적다보니 아예 빼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문장을 길게 가져가는 것보다

마지막 문장에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것이 나아보입니다.

 

3.

이젠 땀이 흘러도 겁나지 않는다.

 

'시간이 흘렀다. 페브리즈가 좋아졌다.'

 

두 가지를 한 문장에 표현해야합니다.

시간이 흘렀으면 사람도, 감정도, 물건도 변했을 것입니다.

체육복은 무엇으로 바뀌었을까요.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셔츠를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셔츠는 통풍이 잘 되지 않으니 땀으로 젖어 흥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퇴근 후에 집으로 직행한다면

예전과는 달리 감추어야 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머리가 커질대로 커져버려서

옆 사람의 가벼운 땀 냄새 정도는 신경도 쓰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미미한 냄새마저도 감추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바로 데이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땐

상대방에게 냄새를 풍기고 싶지 않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문장이 만들어집니다.

어른이 된 나는 데이트를 앞둔 채 셔츠가 흥건해졌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데이트에서 땀 냄새를 풍길까 걱정하지 않는다.

조금 짧게 줄여서 이렇게 적겠습니다.

 

이젠 퇴근 직후의 데이트도 겁나지 않다.

 

문장을 모두 합치면 이렇게 됩니다.

 

폭폭 찌는 날엔 짝꿍이 앉기 전에 체육복을 감춰야 했다.

이젠 퇴근 직후의 데이트도 겁나지 않다.

 

마지막 과정입니다.

가구를 만드는 것에 비유하면

마지막 사포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두 번째 문장이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또한 여름을 떠올릴 수 있는 단어도 없습니다.

폭폭 찌는 날처럼 직관적인 것이 필요합니다.

8월에도? - 직관적이지만 어딘가 부족합니다.

한여름에도? - 상투적입니다.

40도에도? - 비현실적입니다.

매미 소리 요란한 여름에도. - 감각적인 표현이 더해져 좋습니다.

 

여기에 팥빙수 위에 올리는 체리를 더해봅니다.

운동한 뒤의 체육복에선 찌든 걸레 냄새가 났던 기억이 납니다.

그 기억의 냄새와 페브리즈의 향을 대조시켜

나아진 탈취 효과를 강조해보겠습니다.

 

폭폭 찌는 날엔 짝꿍이 앉기 전에 체육복을 감춰야 했다.
찌든 걸레 냄새가 났다.
이젠 매미 소리 요란한 여름에도 퇴근길 데이트가 기대된다.
쿨 아쿠아향이 난댄다.
페브리즈  쿨 아쿠아향. 370ml

다음엔 어떤 제품의 카피라이팅을 해보게 될 지 기대됩니다.